아까시나무

2020. 2. 13. 14:50산토리니

동구 밖 과수원 길에 활짝 펴있는 바로 그 꽃. 꽃말은 우아함, 죽음도 넘어선 사랑, 모정.

 

한국에서 자라는 낙엽수이자 활엽수. 우리가 흔히들 "아카시아"로 알고 있는 것이 실은 이 "아까시나무"인데, 사실 다른 식물이다. 진짜 아카시아는 미모사아과고, 아까시나무는 콩과이다. 종(種) 이름(pseudoacacia)을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가짜 아카시아(False Acacia)'인데, 영어권 국가에서는 Black locust라는 표현과 함께 종종 쓰인다. 일본명도 동일한 의미의 "니세-아카시아"다. "아까시나무"라는 한국어 이름은 아카시아라는 말을 변형시켜 새로 만든 이름으로 가시가 많다는 특성을 살려서 지은 것이다.[1] 실제로 그런 것이 일본어에서 들어오면서 pseudoacacia가 처음에 "아까시아나무"로 잘못 불리게 되어 외래어 표기법에도 맞지 않게 되자 pseudoacasia를 "아까시나무"로 새 한글 이름을 지으면 가시가 많다는 특징도 살리고 진짜 아카시아와 발음도 구별이 되겠다는 생각에서 명명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흔히 쓰인다는 이유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카시아를 아까시 나무를 흔히 이르는 말로 인정을 해버려서 비난을 받기도 한다.

 

본래 한국에는 없던 나무로, 북미가 원산지다. 1900년대 초에 용산구 육군본부 자리와 경인선(京仁線) 철도변에 처음 도입되었는데, 초대 조선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가 독일 총영사 크루프의 추천에 따라 심은 것. 경성제국대학의 불어 교사 E. 마텔은 나무의 번식력이 왕성하여 산에는 심지 말 것을 건의했으나, 총독부는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이 의도적으로 심은 나무, 베어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골칫거리라는 부정적 편견을 받았다. 그러나 편견과 달리 아까시나무는 오히려 6.25 전쟁 이후에 산림녹화(綠化)를 위해 대량으로 심어졌다. 심지어 난지도에 공원을 조성할 때도 가장 먼저 심은 나무가 바로 아까시나무였다. 이외에도 아까시나무에는 장점이 많다. 꽃 모양과 꼬투리에서 알 수 있듯 콩과 식물이라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질소를 고정시켜, 비료를 안 줘도 되고 토양을 비옥하게 한다. 황폐화된 민둥산의 토질을 향상시키는 데는 최적인 셈. 심으면 주변 식물들도 덩달아 잘 자란다고 한다. 5월경에 피는 꽃의 향기도 좋고, 심은 지 4년이 지나면 따로 꿀을 채취하기도 한다. 장작은 오랫동안 타고 화력이 강하며 연기가 적어 땔감으로도 아주 좋다. [3] 잎은 영양가가 높아 가축 사료로도 좋다. 세간의 인식과 달리 목재로도 쓸 만한 편. 높이 10m 이상에 굵기가 30~50 cm 정도에 달하고, 질기고 단단하여 내구성이 좋아 토목(공사장 방벽 받침목 등), 건축용 등으로 쓸 수 있다. 다만 마르면 너무 단단해지는 데다가 뒤틀리고 갈라져서 가공성이 안 좋아서 가구 등 고급 목재로는 활용하기 어려울 뿐이다. 90년대 국내에서 찌고 말려 갈라짐을 막는 방법을 개발하긴 했는데, 가공비 탓에 원가가 싼 열대산 나무에 이기지 못해 가구용으로는 쓰지 않는다.